UEFA는 1992/93시즌을 기해서 '유로피언 컵'을 'UEFA 챔피언스리그'로 리브랜딩(Rebranding)한다. 가장 큰 변화는 TV중계권 판매방법이었다. 그동안 클럽들이 자신들의 '유로피언 컵' 경기를 개별 판매해왔지만, 챔피언스리그 원년 시즌부터 UEFA가 모든 경기의 중계권을 통합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참가 클럽들에게 배분하는 Collective Sales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프리미어리그와 함께 이 TV중계권 판매방식 변경은 크나큰 상업적 성공이라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하, UEFA 챔피언스리그는 'UCL'로 지칭)
마르세유의 기적, 그리고 스캔들
앞선 간략사1 말미에 잠깐 언급했지만, 원년도 챔피언은 엉뚱하게도 프랑스에서 나왔다. 1988/89시즌부터 1992/93시즌까지 리그 5연패를 달리던 마르세유는 그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황금멤버 밀란을 1-0으로 물리치고 프랑스 클럽 사상 첫 유럽 챔피언에 오른다. 당시 결승전에 출전한 멤버들을 보면 양팀 모두 화려하기 그지 없다.
-마르세유: 바르테즈, 앙글로마, 디 메코, 볼리, 쇼제, 드자이, 에이델리에, 복시치, 푈러, 펠레, 데샹
-밀란: 로시, 타소티, 말디니, 알베르티니, 코스타쿠르타, 바레시, 렌티니, 라이카르트, 반 바스텐, 도나도니, 마사로 (현 첼시의 쿠디치니가 백업 골키퍼였다)
[우승컵을 들고 있는 디디에 데샹]
** 이미지 출처: http://www.cbc.ca/sports/columns/molinaro/061117.html **
그러나 기적을 연출한 마르세유의 명예는 오래 가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최종전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UCL 우승 기록은 박탈 당하지 않았지만, 해당 년도 리그 우승을 박탈 당했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역시 소멸되었다.
또한 이 결승전은 1988년 유럽 챔피언의 주역인 '더치 트리오'가 밀란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반 바스텐은 무릎 부상으로 은퇴했고, 굴리트와 라이카르트는 삼프도리아와 아약스로 각각 이적했기 때문이다.
더치 원더
아약스는 네덜란드 축구의 화려한 역사를 대변한다. 70년대 유로피언 컵 3연패로 우승컵을 영구 보존하고 있으며 1994/95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하며 지금까지 총 4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자랑한다. 유로1988 우승 후, 네덜란드 축구는 또 다시 유럽 축구계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밀란의 더치 트리오가 시들해지자마자 아약스의 황금멤버들이 등장한 것이다.
[더치 원더스]
** 이미지 출처: http://www.thevoiceoffootball.com/index.php?option=com_content&task=view&id=143&Itemid=68 **
1994/95시즌 결승전에 출전했던 아약스의 라인업을 잠깐 살펴보자.
[선발]
-에드윈 반 데 사르: 유벤투스 -> 풀럼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UCL 우승)
-미카엘 라이지거: 밀란 -> 바르셀로나 -> 미들스브러 -> PSV아인트호벤
-다니 블린트:
-프랑크 라이카르트: 아약스 -> 밀란 -> 아약스(UCL우승), *2005/06시즌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UCL 우승
-프랑크 데 보어: 바르셀로나 -> 갈라타사라이 -> 레인저스 -> 카타르
-클라렌스 시도르프: 삼프도리아 -> 레알 마드리드(UCL 우승) -> 인터 -> 밀란(UCL 우승)
-에드가 다비즈: 밀란 -> 유벤투스 -> 바르셀로나(임대) -> 인터 -> 토트넘 -> 아약스, *UCL 준우승 3회
-피니디 조지:
-로날드 데 보어: 바르셀로나 -> 레인저스 -> 카타르
-야리 리트마넨: 바르셀로나 -> 리버풀 -> 아약스 etc
-마르크 오베르마스: 아스널 -> 바르셀로나 etc
[교체]
-은완코 카누: 인터 -> 아스널 -> 웨스트 브롬위치 -> 포츠머스
-파트릭 클루이버트: 밀란 -> 바르셀로나 -> 뉴캐슬 -> 발렌시아 -> PSV아인트호벤 -> 릴
이렇게 우수한 선수들이 동시대에 배출된 것도 굉장히 드문 경우이지만, 네덜란드 축구가 이때뿐만 아니고 지금까지 스타플레이어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참고적으로 네덜란드의 인구는 1천6백만 명이다.
위대한 밀란
그러나 80년대말부터 90년대까지 이어지는 시간 동안 진정한 챔피언은 밀란이었다. 현대 축구 전술의 기본을 써올린 아리고 사키 감독을 비롯,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밀란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시즌별 밀란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1988/89: 우승
-1989/90: 우승
-1990/91: 8강
-1991/92: -
-1992/93: 준우승
-1993/94: 우승
-1994/95: 준우승
[바레시 & 사키] [안첼로티]
** 이미지 출처: http://www.sapere.it/tca/MainApp?srvc=dcmnt&url=/tc/sport/percorsi/Promesse/Verga/Verga1.jsp, http://news.bbc.co.uk/sport2/low/football/europe/6677489.stm **
물론 2000년 이후 밀란은 두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기록 중이다. 사키의 위대함은 카펠로를 거쳐 안첼로티로 계승되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 파올로 말디니를 비롯, 밀란제국 건설의 공로자들인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이름을 새겨놓고 있다. 바레시를 시작으로 도나도니, 알베르티니, 코스타쿠르타, 마사로, 반 바스텐, 굴리트, 라이카르트, 바지오, 피를로, 가투소, 인자기, 쉐브첸코, 네스타, 카카, 카푸.... 푸~ 이름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야말로 슈퍼 슈퍼 슈퍼 군단의 위용이 아닐 수 없다.
레알의 부활
1997/98시즌부터 2001/02시즌까지 이어지는 레알 마드리드의 완벽한 부활 역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80년대 라 리가 5연패를 이어가던 레알은 90년대 들어 크루이프 '드림 팀'의 등장으로 앙숙 바르셀로나에게 리그 우승을 네 시즌 동안이나 내줘야 했다. 1994/95시즌을 분수령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국내에서 먼저 부활하게 되는데, 지금도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들의 합류와 궤를 같이 한다.
스페인의 영웅 라울 곤잘레스가 1994년에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데뷔했고, 완벽 그 자체였던 레돈도, 아약스에서 UCL 우승을 경험한 시도르프와 동유럽 테크니션의 계보를 잇는 미야토비치(현 구단 기술이사)까지 합류한 레알 마드리드는 기술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모두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유럽 무대를 장악했다.
1997/98시즌 결승전에서는 유벤투스를 맞이하여 미야토비치의 골로 1-0 승리하며 무려 22년만에 유럽 챔피언의 자리로 복귀한다(참고적으로 이 시즌에 디나모 키에프의 쉐브첸코라는(!) 선수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해트 트릭을 기록했다) 1998/99시즌 8강에서 쉐브첸코에게 한방 먹으면서 탈락한 레알은 1999/2000시즌 다시 결승에 진출한다. 상대는 다름 아닌 헥토르 쿠페의 발렌시아. 1955년 출범한 지 45년만에 결승전에서 동일 국가 클럽이 맞닥뜨린 것이다. 레알의 3-0 완승으로 팀의 여뎗 번째 우승을 기록한다.
2000/01시즌 준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결승에서 재수 더럽게 없는 발렌시아를 꺾고 우승)에게 지면서 탈락했지만, 2001/02시즌 또 다시 레알은 결승에 진출한다. 이 결승전은 최종 스코어나 승자보다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로 손꼽히는 지네딘 지단의 왼발 발리슛으로 더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것도 왼발로... 지단 만세!
** 동영상 출처: 유투브 **
맨유 트레블
1993년부터 시작된 UCL 브랜드 역사에서 별로 많진 않지만, 어느 누구보다 강한 임팩트를 남긴 클럽은 단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1958년 뮌헨공항 참사로부터 정확히 10년 만에 우승한다는 전형적인 감동 스토리도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199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깜노에서 들어올린 우승컵이야말로 구단 역사상 가장 빛나는 금자탑이라 할 수 있다.
트레블을 향한 맨유의 여정은 험난했다. 그러나 기가 막히게 운도 좋았다. 리그에서는 36차전까지 아스널과 승점 75점으로 동률을 이룬 채 골득실에서 뒤져있었다. 그런데, 아스널이 37차전 상대 리즈에게 1-0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자멸, 리그 최종전에서 토트넘을 2-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FA컵 역시 아스널을 넘고 우승을 차지했다. 준결승전에서 아스널을 만났는데, 1-1 동점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필립 네빌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팔러를 넘어트려 페널티 킥을 내줬다. 베르캄프가 키커로 나섰고, 모두가 아스널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슈마이켈이 몸을 던져 베르캄프의 킥을 막아냈다. 연장 후반 들어 라이언 긱스의 위대한 골(잉글랜드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로 선정되었다)이 터졌고, 맨유가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뉴캐슬을 2-0으로 꺾고 우승.
1999년5월16일 리그 우승 확정, 22일 FA컵 우승 확정, 그리고 운명의 26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UCL 결승전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징계로 FA컵 결승전을 뛰지 못했던 주장 로이 킨은 UCL 결승전에도 같은 이유로 나서지 못하게 되었고 폴 스콜스도 없는 상태다. 경기 시작 6분만에 바슬러의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1-0이란 스코어는 전후반 정규시간이 다 끝난 뒤에도 계속 되었다. 테디 셰링험의 극적인 동점 골, 그리고 솔샤르의 역전골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적이 연출되었다.
당시 VIP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레나트 요한손 UEFA회장은 우승컵 수여를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우승컵에는 이미 바이에른 뮌헨의 이름이 찍혀있는 리본까지 장식되어있는 상태였다. 요한손 회장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그라운드로 나가보니, 이긴 팀은 울고 있고 진 팀은 춤을 추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자리를 떠나 1층으로 내려가는 사이에 두 골이 모두 터져 승부가 뒤집어진 것이었다.
[승리 직후, 흥분한 퍼거슨 감독의 유명한 어록]
I can't believe it. I can't believe it. Football, bloody hell.
** 동영상 출처: http://kr.youtube.com/watch?v=_CsfeZnJ9w8 **
이상 간략사2.
다음 간략사3에서는 무링요,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부활시킨 잉글랜드 축구, UCL 대회의 명암 소개 예정.
슬슬 겨울...
서울에서
P.S.- 정리하다 보니, 옛날 챔피언들에게 너무 무심한 듯한 느낌이 팍팍...-_-
[출처] 챔피언스리그 간략사2|작성자 홍재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