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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년 11월 20일 BBC의 향후 6년 계획

KBI - 동향과 분석 / 2007.11.14 통권 263호 / 성민제


BBC, 2,500명 인원 감축안 발표
지난 10월 17일, BBC Trust 이사들의 만장일치 결정에 따라 BBC는 18일 인원 감축안을 포함한 향후 6년간의 BBC 운영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날 BBC 임원단은 노조와의 공식 협상 없이 인원감축안을 발표했다. 이는 2005년 3,700여 명에 대한 인원 감축안을 발표하기 1년 전부터 BBC 노조와 감축안을 두고 협상을 벌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다른 모습이다.2005년 인원 감축안은 행정 분야 인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1년간의 노사 협상을 통해 세부 계획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랜 협상 기간 때문에 회사 내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이번 인원 감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었던 것은 2005년 당시 협상의 어려움과 비효율에 대한 BBC 직원들 사이의 이해가 자리하고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수신료 인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12년까지의 장기적인 BBC의 구조조정 계획이 필연적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현재 영국인들이 가구당 지불하는 수신료는 연간 131.50파운드이다. 이는 한화로 약 23만 원 정도. 수신료는 그동안 매년 물가상승률보다 1.5% 높은 비율로 인상되어 왔다. BBC 재정의 75%를 차지하는 수신료는 대개 10년에 한 번씩 갱신되는 BBC 왕실 칙허장(BBC’s Royal Charter)을 통해 결정된다. 칙허장은 최종적으로 왕가의 인가를 받지만, 이는 상징적인 수준이고, 사실상 BBC의 칙허장은 정부와 BBC 상호 간의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BBC는 칙허장을 통해 특별한 위치를 부여받아, 칙허장 유효 기간 동안 의회의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칙허장을 갱신하고 칙허장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에는 정부, 특히 문화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가 직접 관여를 하지만, 한번 칙허장이 발부되면 BBC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4년 임기의 이사(Trustee)를 임명하는 간접적인 방법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
2007년 1월 1일부터 실효성을 갖게 된 새로운 칙허장에는 BBC의 공공 가치에 대한 재정의, 기존 BBC 이사회 대신 BBC Trust를 구성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 그리고 향후 6년, 즉 2012년까지의 수신료 인상안이 포함되었다. 2012년은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고, 또한 영국의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되는 해이기도 하다. 당연히 BBC의 장기적인 계획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BBC의 재정 기반이 되는 수신료 인상안이다.
BBC는 칙허장 갱신에 앞서, 여론 조사를 통해 수신료에 대한 호응을 조사하고,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포함한 장기 사업 추진을 포함해 정부에 매년 물가상승률보다 2.3% 높은 수준의 수신료 인상을 요구했다. 이는 2006년까지 BBC의 수신료가 물가상승률보다 1.5%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던 것에 비하면 많이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이에 대해 첫 두 해에는 총 3%, 이후 3년간은 2%, 마지막 해에는 상황에 따라 최대 2%까지 수신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인상률이라면 2012년, 영국에서 가구당 매년 지불해야 하는 TV 수신료는 최대 151.50파운드(한화 약 27만 원)까지 인상될 수 있는 것을 뜻하지만, 이는 영란 은행(영국 중앙은행)의 물가 상승률 예상치와 거의 동등하거나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다.
BBC는 정부의 수신료 인상안이 자신들이 요구했던 것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인상폭은 BBC의 기존 방송 제작 영역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추가 사업을 선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인상안이라고 주장했다.

BBC의 구조조정안 브리핑
BBC의 왕실 칙허장과 함께 수신료 인상안이 확정되면서, 영국 언론들은 BBC가 조만간 다시 인원 감축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BBC는 당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뉴스를 계속 내보내면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중에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8일, BBC는 언론을 대상으로 한 공식 브리핑을 통해 ‘Delivering Creative Future’라는 제목의 향후 6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발표의 최대 화두는 인원 감축의 세부적인 내용이었다.
브리핑 장에서, 마크 톰슨 사장이 우선 구조조정의 개략적인 내용을 발표했고, 이어 그룹 재정 담당 부사장(Group Finance Director, 2006년 7월, BBC가 부서를 개편하면서 Group 단위로 기존 본부들을 재편성했다) 자린 파텔(Zarin Patel)이 수신료 인상안의 세부 내용과 향후 6년간의 소비 절감 계획을 발표했고, 부사장 겸 저널리즘 그룹 총책임자 마크 바이포드(Mark Byford)가 뉴스 분야 혁신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서 BBC VISION(TV,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담당 그룹)의 총책임자 자나 베넷(Jana Bennet)이 방송, 멀티미디어, 영화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프레젠테이션 후 임원단은 짧게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는 총총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마크 톰슨 사장은 이날 BBC 뉴스에서 진행자와 직접 대담을 통해 6년간의 계획과 인원 감축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BBC의 구조조정안
이번 BBC의 구조조정안의 근간을 이루는 세 가지 뼈대는, 첫째, 양질의 프로그램에 대한 역량 집중, 둘째, 디지털로 이행, 셋째, 더 작은 BBC로 요약된다.
이날 발표를 통해 BBC는 계획 중이던 15억 파운드 가량의 투자 계획과, 몇몇 지방 라디오 지국 신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음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런던 화이트시티에 위치한 TV 센터를 매각하고, 인원 감축을 통해 ‘더 작은 BBC’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질의 프로그램에 대한 역량의 집중’을 통해 신규 방송,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물량을 줄이고, 디지털 TV와 디지털 위성 Freesat의 발사, 그리고 디지털 방송 Freeview의 서비스 향상, 고속 브로드밴드 인터넷의 적극적 활용, HDTV 방송, Web 2.0과 방송의 접목, iPlayer를 비롯한 주문형 서비스인 MyBBCRadio / MyNewsNow / MySportNow / MyLocalNow / Knowledge 등의 개발과 뉴스 룸 통합을 통해 ‘디지털로 이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별 투자 계획
BBC의 최상위 부서 단위인 각 그룹에 지출할 예산은 다음 같다.

인원 감축안
이번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역시 인원 감축안이었다. 마크 톰슨 사장은 해고 대상자는 2,500여 명이 될 예정이지만, 재고용 인원이 700명 가량 될 예정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1,800여 명이 실질적으로 정리 해고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부서 개편과 사업 정리를 통해 신규 직종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브리핑 장에 동석했던 BBC 기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지난번 정리 해고 당시 누가 재고용될 예정인지에 대한 여부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우선 모두 해고 통지서를 받기 때문에 재고용 통보를 받을 때까지는 잠정적인 실직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부서별 정리해고 인원은 다음과 같이 추산된다.

지난 2005년 인원 감축 시 Professional Services로 불리는 행정 분야 인력과 라디오 분야 인력이 가장 많이 정리해고 됐기 때문에 이번 인원 감축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부서보다 정리해고 대상자의 수가 적어졌다.

재무 분야
이번 수신료 인상안의 연간 인상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영국은 2012년까지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끝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신료 인상분의 일정 부분은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위의 표를 살펴보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협의체인 Digital UK와 사회 보호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DSHS(THE DIGITAL SWITCHOVER HELP SCHEME)에 수신료의 상당 부분이 투자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수신료 인상분 중 디지털 전환 사업 추진비용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BBC의 재정으로 이용되는 비율은 1.4%가 될 전망이다. 2012/2013년도 수신료는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 정도에 따라 0~2% 범위 내에서 유동적인 인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BBC 재정으로 사용되는 인상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BBC 재정팀에서는 현재 물가 인상률이 매년 3% 가까이 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실질적인 BBC의 재정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 이하로 악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뉴스 분야
부사장 직과 저널리즘 그룹 총책임자를 동시에 맡고 있는 마크 바이포드(Mark Byford)는,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뉴스 수요의 변화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밝혔다. BBC 뉴스 분야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뉴스 룸 통합과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맞춤형 뉴스 서비스의 개발에 있다.
현재 BBC 뉴스 그룹 내에서는 자체 개발한 주피터(Jupiter) 시스템을 이용해 디지털 뉴스 제작 시스템을 실전에 도입하고 있다. 이미 주피터를 이용한 TV 뉴스 제작 시스템의 디지털화는 완성 단계에 이르러 있다. 디지털 뉴스 제작 시스템은 이미 국내 방송사들에서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울 점은 없지만, 주피터에서는 뉴스 저작권 관리 등의 기능이 강조되어 있고, 고성능 편집 시스템인 Quantel사의 편집 프로그램과 연동되어 일반 데스크톱에서도 간단히 고급 편집까지 수행할 수 있다.
물론, 현재 BBC에서는 뉴스뿐 아니라 BBC 내 다양한 제작 부서를 아우르는 디지털 제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는 아직 정확한 청사진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BBC 내 제작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 협의체 성격의 DMI(Digital Media Initiative)에서는 제작‧뉴스‧라디오‧스포츠 등 부서별 특화된 제작 방식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기술적 한계 등을 고려하면서 사내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BBC 기자들도 현재 주피터 디지털 뉴스 제작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불안 요인을 지적하면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짧은 시간 내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 특유의 냉소가 섞인 유보적인 평가를 내렸다.

마크 바이포드가 밝힌 맞춤형 뉴스 서비스는 ‘My Now’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개발되고 있다. Web 2.0 기준에 맞게 BBC 웹 사이트 개편을 하면서 주문형 뉴스 서비스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BBC는 전기전자 솔루션 업체인 지멘스(SIEMENS)와 함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해나가고 있다.

뉴스 분야 구조조정은 뉴스 룸 통합을 중심으로 이루어갈 것으로 보인다. 뉴스 제작 인원의 취재 능력을 다양화하고, TV와 라디오‧인터넷 뉴스 간 겹치는 취재 자원을 간소화하여 중복 취재를 최소화하고, 뉴스 중요도에 따라 매체별 방점을 달리하여 시청자가 중요시하는 뉴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2012년에는 디지털 분야 뉴스에서 세계 최고를 이룩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BBC VISION
BBC 내 방송, 멀티미디어 제작, 배포를 총괄하는 BBC VISION의 총책임자 자나 베넷(Jana Bennet)은 BBC 채널들의 차별화를 어떻게 이루어갈 것인지가 중점 과제라며 말문을 열었다. BBC1을 통해서는 최대의 시청자 층을 목표로 한 대형 프로그램들을 집중 편성하면서, BBC iPlayer 그리고 BBC HD를 통해 대형 콘텐츠의 노출 방식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BC2는 주로 지식 정보 전달의 창구로 이용될 것이며, BBC4와 연계해 다양한 지식 프로그램들을 노출할 예정이다. BBC3와 CBBC, Cbeebies, BBC Switch로 구분되는 브랜드를 통해서는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노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올해 10월, 십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BBC 프로그램 브랜드인 BBC Switch는 BBC2를 통해 토요일 낮 시간대에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 세 가지 분야에 대한 허브는 BBC 웹 사이트가 될 전망이다. 또한, 기존에 BBC FILMS를 통해 지원하던 영화 산업에 대한 투자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 VISION은 향후 6년간 70억 파운드(한화 약 12조 6,000억 원) 가량의 제작비를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분이 충분치 않은 만큼, 총 제작 물량은 6년간 10% 가량 줄어들 것이고, BBC3와 BBC Switch에 대한 투자 재원을 감소시키고, 인기 시간대 대형 프로그램에 역량을 집중하고 선별적인 재방송 증가와 다양한 매체를 통한 노출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BBC가 다큐멘터리와 시사 프로그램 제작 인력을 대폭 줄인다는 점에 대해서 자나 베넷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BBC의 다큐/시사물 제작 물량의 증가율이 매년 평균 7.9%의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2008년 이후 제작 물량이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2004년 때 제작 물량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BBC의 절대 방송 제작 편수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 제작 시장을 활성화해 지방 제작물을 적극 장려하고, 독립제작사와 WoCC(Windows of Creative Competition: 전체 제작 물량의 25%를 내부 제작진과 독립제작사 간 경쟁을 통해 선별하는 방식)를 통해 만들어지는 제작 물량을 총 제작 물량의 50% 수준으로 수용함으로써 더 적은 인원으로 BBC VISION을 끌어나갈 수 있다는 계획이다.

BBC, 과연 작아질 수 있을까?
이번 발표 이후, BBC와 영국 방송 노조에서는 인원 감축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불어 인원 감축이 프로그램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며, 특히 다큐/시사 분야 인원 및 제작비 감축은 공영방송으로서의 BBC의 정체성에 스스로 먹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BBC의 새로운 계획이 설득력을 갖는 까닭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현실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지정한) 칙허장과 수신료 납부자를 대변하는 BBC Trust가 제시한 BBC의 목적성을 철저히 따르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BBC 임원단이 현재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BBC가 발표한 향후 6년간의 전략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디지털 매체의 장점을 바탕으로 선형 방송이 가지는 군살을 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BBC의 미래는 인터넷에 있다고 공언한 마크 톰슨 사장의 비전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결국 같은 연장선상의 미래 계획이다. 이번 계획에 따라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단행되면, 다음 칙허장 갱신 즈음해서 BBC가 풀어야 할 숙제는 BBC가 매스미디어 방송 영역을 넘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공영 커뮤니케이션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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